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는 제가 본 영화 중 가장 독특하고도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스토리의 선형적 흐름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낯설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볼수록 이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우주, 존재에 대한 감정과 체험으로 접근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브래드 피트와 숀 펜이라는 스타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이 영화는 오로지 인물보다는 감정과 철학,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영상미와 음악이 전달하는 무형의 감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가 제게 남긴 감정과 사유를 ‘우주’, ‘가족’, ‘철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1. 우주라는 무한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영화 중반 갑자기 등장하는 광활한 우주의 장면들이었습니다. 태초의 빅뱅부터 은하의 탄생, 지구의 형성, 공룡의 출현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음악과 이미지의 조화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과 기쁨이 얼마나 덧없으면서도 동시에 소중한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우주'라는 테마는 과학적 설명이나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 같은 외형적 요소로 쓰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는 우주가 곧 삶의 기원이며, 신의 시선이자 자연의 질서로 다뤄집니다. 저는 이 장면들이 영화 속 가족의 개인사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더욱 깊은 연결을 느꼈습니다. 주인공 잭이 성장하며 겪는 혼란, 형의 죽음에 대한 고통, 아버지와의 갈등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이 우주의 거대한 질서 안에서 얼마나 보편적인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러한 우주의 장면은 단순한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거대한 프레임이었습니다. 감독 테런스 맬릭은 이 장면들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작은 감정과 사건들이 사실은 더 큰 흐름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삶을 멀리서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고통이, 내 불안이, 내 기쁨이 우주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작은 점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종교적 이미지와 자연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방식도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 초반 어머니가 편지처럼 읊조리는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이 선택과 태도의 결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사와 우주의 이미지를 함께 보면서, 이 영화가 단지 인간 개인의 삶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속한 존재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런 점에서 우주라는 개념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했던 수많은 감정들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동시에 가장 아픈 테마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잭이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살았던 텍사스의 한 가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 장면들은 마치 기억 속의 조각처럼 불연속적이며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형과의 장난, 아버지의 엄격함,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퍼즐처럼 이어지면서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아름다운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 가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는 영화 속 잭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잭의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식을 위한 희생과 삶에 대한 불안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어머니는 사랑과 용서의 상징처럼 등장하지만, 때로는 현실에서 도망치듯 감정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부모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형의 죽음은 이 가족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영화는 이 사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잭의 내면세계를 따라갑니다. 저는 형의 죽음이 단순한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잭이라는 인물이 세상을 이해하고 성장하게 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 이후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잔인하면서도 동시에 희망적인지를 영화는 잔잔하게 전달합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가족 간의 대화보다 ‘표정’과 ‘행동’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말보다는 눈빛, 음악, 햇살, 손짓 같은 비언어적 표현이 더욱 큰 울림을 주었고, 저는 이 점에서 영화가 얼마나 감정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느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때로는 억압이고, 때로는 유일한 피난처이며, 그 모든 감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걸 ‘트리 오브 라이프’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다 본 후, 저는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의 존재와 그 안에 숨겨진 수많은 감정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게로 제 안에 남았습니다.
3. 삶을 향한 철학적 질문으로 가득 찬 '트리 오브 라이프'
이 영화를 본 후, 가장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단순한 장면이나 대사가 아니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이었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 어떤 명확한 결론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관객 각자에게 해석을 맡깁니다. 이 점이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가 제게 한 질문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초반 어머니의 독백처럼 나오는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중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장은 마치 삶의 두 가지 방식처럼 느껴졌습니다. 하나는 경쟁과 욕망, 생존을 위한 자연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용서와 사랑, 수용으로 상징되는 은총의 방식입니다. 잭은 이 두 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합니다. 아버지처럼 강하고 싶지만, 어머니처럼 따뜻하고도 싶어 하는 내면의 갈등이 그의 성장과정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 영화는 삶의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특히 잭이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는 설정은, 인간이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도 결코 완전히 과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과거의 기억, 상처, 기쁨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기에, 잭의 모습이 결코 낯설지 않았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신이 존재하는가? 왜 우리는 태어났는가? 왜 고통은 존재하는가? 가족은 무엇이며,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 질문들에 영화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그 질문을 안겨줌으로써,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게 만듭니다. 영화를 보며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이 영화가 단지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이 때로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진정성이 있었습니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철학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너무도 아름답고 섬세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제 안에 남은 감정과 질문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