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에 개봉한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란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어린이 영화로 오해하기 쉬운 이 영화는 실제로는 인간 본연의 감정, 특히 ‘형제애’와 ‘가난’이라는 두 주제를 중심으로 사회의 현실을 깊이 있게 담아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란이라는 나라는 저에게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그 사회의 따뜻한 인간성, 그리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저의 실제 감상에 기반하여 쓰여졌으며, 단순한 리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여운이 남았던 장면들, 그리고 그 안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중심으로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1. 영화 천국의 아이들의 형제애가 전하는 진심
천국의 아이들은 제목부터가 상징적입니다. ‘아이들’이라는 단어와 ‘천국’이라는 단어가 합쳐져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분명해집니다. 영화는 형 알리와 여동생 자흐라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두 남매는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살고 있고, 어느 날 알리는 자흐라의 신발을 수선소에서 잃어버리게 됩니다. 가족의 형편을 생각해 부모님께 알리지 못하고, 결국 남매는 한 켤레의 운동화를 함께 나눠 신는 방법을 택합니다. 자흐라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알리가 그 운동화를 신고 다시 뛰어 학교로 가는 구조입니다. 이 간단하면서도 절절한 설정이 영화 전반에 깔린 감정을 끌고 갑니다.
제가 이 장면들을 보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어린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책임감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라는 점이었습니다. 알리는 동생의 신발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매일 더 빨리 뛰고, 자흐라는 그런 오빠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배려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많지 않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눈빛과 행동에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특히 자흐라가 우연히 잃어버린 자신의 신발을 친구가 신고 있는 걸 보게 되었을 때, 그녀는 충격과 놀람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 신발을 되찾지 못합니다. 친구도 가난한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자흐라는 속상하지만 참아야 하고, 그 마음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며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렇듯 이 영화는 단순한 사건을 통해 깊은 형제애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정은 단지 혈연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난을 겪으며 생기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2. 이란 영화가 주는 울림과 현실성
마지드 마지디 감독은 이란 영화계에서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그의 연출 방식은 단연 돋보입니다. 카메라는 화려하거나 과장된 움직임 없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용히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실제로 그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은 화려한 도시나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이란의 일반적인 주거 지역과 학교, 시장입니다. 이 배경이 오히려 현실감을 더하고,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알리가 참가한 마라톤 대회 장면은 이란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알리는 단지 ‘3등’을 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3등 상품은 운동화 한 켤레이기 때문입니다. 1등이나 2등이 아니라 ‘딱 3등’이어야만 동생에게 운동화를 줄 수 있다는 절박함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알리는 뛰면서도 계산하고, 앞선 주자를 보며 자신이 몇 등인지 신경 씁니다. 하지만 결국 1등을 해버리고 맙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1등은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아이의 눈물과 좌절로 끝이 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너무나 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최선을 다해 1등을 했지만, 그것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라는 것’, 이것이 바로 삶이 주는 아이러니 아닐까요? 또한 이란 영화는 종교적, 정치적 배경과 별개로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다루는 데 집중합니다. 천국의 아이들은 그러한 이란 영화의 전형을 잘 보여줍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음악보다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며, 관객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야말로 이란 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가난이 주는 슬픔과 인간미
천국의 아이들은 ‘가난’을 단순한 불행의 요소로만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인간미를 조명합니다. 이 가족은 가난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은 풍족합니다. 알리의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고급 주택가를 돌며 일거리를 찾아 다닙니다. 아버지는 한 번도 자식을 탓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가족을 책임지려 합니다. 어머니는 지병으로 누워 있으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식사를 챙기고, 집안을 돌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부모님의 고생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철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의 웃음마저도 어른스럽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알리가 혼자 집에서 울음을 참으며 학교 숙제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운동화가 없어 지각을 하고, 친구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그는 그 상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동생에게 ‘곧 신발을 사줄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이 장면은 ‘가난 속에서도 아이가 품위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물질적으로는 부족할지 몰라도,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단순히 가난을 극복하거나, 동화 같은 희망으로 마무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자흐라의 눈물, 알리의 발끝에 닿는 물결은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여운은 가난이 단순히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인간은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그것입니다. 가난은 결핍이 아니라, 때로는 인간다움을 가장 진하게 드러내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