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원스(Once)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감정을 전하는, 너무도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고, 유명 배우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더 큰 감동을 준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해 말하면서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음악에 대해 말하면서도 음악이 설명이 아닌 감정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음악 영화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보고 난 후 제 안에 깊은 여운을 남겼고,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의 울림을 주었습니다. 원스라는 주제로 글을 쓰면서 다시금 그 감정을 되새기게 됩니다.
1. 영화 원스의 음악과 사랑 : 말보다 멜로디로 전하는 감정
원스는 사랑에 대해 수없이 많은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도 진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주인공인 거리의 음악가 남자와 체코 출신의 여자, 이 두 사람은 이름도 없이 끝까지 '그'와 '그녀'로 불립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뚜렷합니다. 저는 이 설정 자체가 무척 신선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로맨틱하지만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와는 조금 다릅니다.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각자의 삶과 책임이 있는 두 사람은 섣불리 사랑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못합니다. 대신 그들은 음악으로 마음을 표현합니다.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Falling Slowly’는 단순한 사운드트랙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 노래 한 곡으로 이 둘의 관계가 다 설명됐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감정, 함께 노래를 만들며 쌓아가는 교감은 그 어떤 대사보다 진실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곡이 계속 귀에 맴돌았고,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 영화가 사랑을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그려냈다는 것입니다. 사랑이 항상 이루어지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속 남자는 전 여자친구와 재회하려 하고, 여자는 가족과 딸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합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 장면들이 현실적이라 더 아프게 느껴졌고, 그렇기 때문에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2. 독립 영화 특유의 거칠지만 진심 어린 연출
원스는 할리우드 대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독립 영화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 화면의 화질이나 카메라의 흔들림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연출이 더 큰 몰입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16mm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대부분의 장면이 자연광을 이용해 찍혔다고 합니다. 저는 이 투박한 영상미가 오히려 영화의 진정성을 더해주었다고 느꼈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상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그 속에서 나오는 감정은 과장되지 않아 더 깊었습니다.
배우들도 모두 전문 배우가 아니었습니다. 주연을 맡은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실제로도 음악가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연주 장면이나 노래하는 모습이 연기가 아닌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르케타가 피아노 앞에 앉아 ‘The Hill’을 부를 때, 저는 숨을 멈추고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 눈빛, 그리고 그 곡이 가진 슬픈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감정을 전달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독립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진짜 같은 감정이 느껴지는 것. 원스는 작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는 큰 영화보다 더 진한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거칠지만 섬세한, 투박하지만 깊이 있는 연출이 바로 이 영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일 것입니다.
3. 더블린 배경이 주는 현실감과 따뜻함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배경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입니다. 원스를 통해 저는 더블린이라는 도시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더블린의 거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카페, 버스킹 거리, 음악 가게, 바닷가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대부분의 장면이 촬영됩니다. 저는 그 평범한 배경들이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이 노래를 부르던 거리,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던 음악 가게,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던 그 밤의 도로까지.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고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속 이야기들이 마치 실제 일어난 일처럼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가 ‘장소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블린은 아름답지만 화려하지 않고, 조용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배경이 이 영화의 감성을 더욱 깊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더블린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형성합니다. 비 오는 날씨, 회색빛 하늘, 조용한 거리, 이런 요소들이 주인공들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더 큰 몰입감을 줍니다. 대도시의 소음이나 북적임 없이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은 감정의 파동들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언젠가 더블린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 이 도시는 영화 속 감정과 깊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