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건(Logan)은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한 인물의 마지막을 조용히 지켜보는 인생 영화였습니다. 수많은 히어로 영화가 능력과 전투, 구원과 희생을 이야기해왔다면, 이 작품은 그 모든 것의 끝자락에서 남겨진 감정에 집중합니다. 휴 잭맨이 울버린 역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도 컸지만, 실제로 로건은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단순한 캐릭터의 죽음을 목격했다기보다는, 한 사람의 고통과 책임, 그리고 마지막 사랑을 함께 경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히어로를 인간적으로 그려낸 이 영화의 접근 방식은, 제게 아주 큰 감정적 울림을 주었습니다.
1. 영화 로건, 히어로의 끝과 인간의 종착점
로건이라는 제목은 더 이상 슈퍼히어로가 아닌, 한 남자의 이름을 의미합니다. 울버린이라는 히어로의 상징을 벗겨낸 채, 상처입고 지친 로건이라는 인물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는 처음부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 그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고, 날카로운 발톱 뒤에 숨어 있는 분노와 상실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슈퍼히어로도 결국 인간’이라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 돌연변이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고, 로건은 텍사스 국경 근처에서 리무진 기사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갑니다. 과거의 자비에 교수는 신경 질환으로 힘을 잃었고, 로건은 그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둘 다 한때는 세상을 구했던 인물들이지만, 지금은 사회의 그늘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갑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족 같은 유대를 느꼈습니다. 피로 맺어진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모습은 무척 현실적이고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로건은 여전히 자신의 과거에 발목 잡혀 있습니다. 그는 수많은 이들을 잃었고, 자신이 남긴 상처에 대해 깊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라는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존재가 됩니다. 처음에는 그녀를 피하려 하지만, 점차 그녀를 통해 자신에게 남아 있는 인간성과 책임감을 발견하게 되죠. 저는 이 여정이 단순한 구출 미션이 아니라, 로건이 마지막으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느꼈습니다.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이지만, 동시에 삶의 의미를 되찾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로건이 눈을 감으며 남기는 한 마디, “이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 알겠어(So this is what it feels like)”는 단순한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마무리짓습니다. 그 순간 저는 울버린이라는 이름보다 ‘로건’이라는 이름이 훨씬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히어로의 끝, 그 인간적인 종착점이었습니다.
2. 감정적 여운이 오래 남는 서사와 연출
제가 로건을 보고 가장 깊게 느낀 감정은 ‘지속되는 여운’이었습니다. 많은 영화가 강렬한 장면과 빠른 전개로 감정을 단번에 전달하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느릿하고 묵직한 감정선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침묵과 정적 속에, 수많은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저는 그 조용한 감정들이 어느새 스크린을 넘어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걸 느꼈습니다. 로건과 로라의 관계는 영화가 주는 감정의 중심입니다. 처음엔 완전히 타인이었던 두 사람은, 함께 고난을 겪으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로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눈빛과 행동에서 애정과 갈망이 느껴졌고, 로건은 무뚝뚝한 말투 속에서 점점 부성애를 드러냅니다. 이 둘의 감정선은 혈연을 뛰어넘는 진심의 유대였고, 저는 이 영화가 히어로 영화이기 이전에 가족 드라마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중간에 등장하는 ‘평범한 가족’과의 하룻밤 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로건과 로라, 그리고 찰스는 처음으로 정상적인 가족처럼 함께 식사를 하고 웃음을 나눕니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곧 비극으로 바뀌고, 저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로건은 결국 영웅이 아니어도 좋았고, 단지 평범한 삶을 꿈꾸던 남자였다는 걸 그 장면이 말해주었습니다. 영화 후반, 로건이 로라와 함께 도망치는 장면들은 마치 서부극처럼 느껴졌습니다. 먼지 날리는 길, 말 없는 표정,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운명.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히어로 장르에 서부극의 정서를 결합하여, 이 영화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로건이 로라를 위해 다시 싸우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감정의 폭발이었습니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 로라가 “Daddy(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은 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여운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3. 히어로를 인간으로 만든 영화
마지막으로 제가 영화 로건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히어로의 인간화’입니다. 로건은 처음부터 상처 많은 인물이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 초인이 아닌, 피와 살로 이뤄진 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늙고, 병들고, 실수하고, 후회합니다. 그러나 그런 로건이었기에 저는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었지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영웅이었습니다. 로라와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부성애는 이전 울버린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던 감정선입니다. 자신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던 로건이, 어린 로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은 그가 단지 생물학적인 ‘클론’의 보호자가 아니라, 진심 어린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영화를 단순히 마블 유니버스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드라마로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건은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드문 ‘죽음의 수용’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대부분의 슈퍼히어로는 죽음을 극복하거나, 극적인 부활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곤 하지만, 로건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고, 의미 있게 마무리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용기를 느꼈습니다. 끝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그 끝을 누군가를 위해 선택하는 결정은 진정한 인간성의 표현이었고, 로건은 그렇게 마침내 평온을 얻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로라가 나무 십자가를 ‘X’ 모양으로 눕히는 장면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한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는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영화 속에서 퇴장했지만, 저에게는 훨씬 더 깊고 오래 남는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로건은 히어로의 죽음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품격 있게 그려낸 영화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를 슈퍼히어로 장르 중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